詩
김 장
키미~
2009. 11. 7. 08:05
김 장
김정희
배추가 싸다고 옆집 달래네는 갈아엎었다.
오빠랑 나는 배추 아까워 밭머리를 오락가락 촐싹대었다.
달래 아버지가 우릴 보더니 마음대로 가져가란다.
세발이 리어카에 스무 포기 싣고 오며 팔이 다 빠졌다.
우리 집에도 김장 한다.
소금에 절이고, 무 채 썰고,
고춧가루 팍팍 넣어서
빨간 다라에 엄마가 두 손으로 힘껏 휘젓는다.
축 늘어진 배춧잎을 들추어서
속속들이 양념 넣고, 초록색 겉치마를 펼치고 덮어,
할머니 집에서 가져 온 뚱뚱한 장독 가득 김치가 시집간다.
연탄 있고, 김장 했고, 부자가 눈 아래로 보이네.
팔뚝에 고춧가루 씻지도 않고 아랫목에 발 집어넣으며
우리 엄마 웃으신다.
오빠랑 나도 웃는다.
사진 속의 아버지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