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망 울, 오영수
키미~
2009. 11. 19. 18:40
망울
오영수
세상 살다 보니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이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도
제법 시간이 흐른 뒤였을 게야
흙탕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보면
화엄의 세계를 다녀온 듯했다가도
속세로 돌아오면 이내
아수라장
세상 시름 다 받아들이는
바닷물이
그래서 꽃을 피우지 못하나 싶었지
나이 조금 더 들고 보니
바다가 꽃을 피우지 못했다 해서
그곳에 생명이 없는 건 아니었어
바다는 스스로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지
그걸 나는 늦게 깨달았을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