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Re:여름, 늦여름(행을 구분하여 다시)
키미~
2010. 9. 6. 22:37
여름, 늦여름
김정희
빗방울 일렬로 서서 다다다 지나가는 한낮,
장마는 지나갔다고 어머니 빨래를 툭툭 털어 일렬로 너신다.
소나기는 소나기,
장마와는 아무 상관없이 다녀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쏘다닌다.
무지개 본 지 얼마나 되었나?
하늘에다 장대를 곧추 세우시고 어머니,
한풀 삭은 더위 봉선화위에 가라앉은 마당 구석구석 쓸어내신다.
바람은 등나무 이파리 떨어뜨리고,
잠시 장독대 옆 백일홍 보는 사이 한 줄로 후다닥 지나가는 빗방울.
널어놓은 고쟁이 마디마다 일렬 구멍이 뚫리고,
널다 걷다 지친 어머니 바랜 머리위로 잠자리 한 마리 뱅뱅 돈다.
처마 끝 일렬로 퐁 퐁 패인 흙 구멍마다 햇살이 날아와 물을 먹는,
여름은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어머니 빨래를 다시 툭툭 털고,
소나기 쏜살같이 동구 밖으로 달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