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손택수

키미~ 2011. 3. 30. 07:26

 

 

 

 

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 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속아 주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 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벌써 삼월도 끝자락입니다.

어수선하고 심란한 삼월이지만 새로운 사월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마무리 잘들 하시기 바랍니다.

 

 

치악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