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키미~
2012. 10. 16. 19:20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태양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보내주소서.
마지막 과실(果實)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고독할 것입니다.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바람에 나뭇잎이 휘날릴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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