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묘(詩)

키미~ 2012. 10. 25. 13:20

 

 

 

 

 

 

가을소묘

 

 

하늘 끝 낡은 구름이 숲으로 내리고

문득, 창을 흔들며 어둠이 울적하게 서 있는

햇살 져버린 우리들의 뜨락에 낙엽처럼 쓸쓸히 앉아 볼거나.

지친 우리들 무릎 위로 바람이 낙엽과 함께 쌓인다.

손을 뻗치면 한 움큼 가득한 낙엽 조각들

그것으로 우리 겨울을 막아볼까?

이리저리 엮은 낙엽커튼으로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서서

다시금 햇살을 부르게 할까?

물든 잎사귀 서넛으로 귀와 눈을 막아도

가을은 이미 저물어

그 어두운 얼굴 뒤로

서투른

잿빛

겨울.

 

 

치악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