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
낡은 노래들과 낡은 청춘
키미~
2022. 6. 15. 22:12
비가 오는 날이면, 이리저리 서성이던 날들이 생각난다.
그땐 음악을 주로 들려주던 감상실도 많았고, 다방도 거의 음악이 위주였다.
올드 팝, 가요, 클래식 등의 음악들이 거리에 가득하고,
막걸리집에서도 고성방가가 허용되었다.
막걸리집은 향촌동 골목과 염매시장 골목에 많았는데,
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내어 술을 먹었다.
탁자는 거의 양철로 된 둥근 모양이고,
중간에 연탄을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김치찌개를 시키면 사람 수에 따라 숟가락을 쭉 꽂은 헐은 냄비가 나왔는데
대부분 두부가 많고, 돼지고기는 비계가 섞인데다 양도 적었다.
수가 많으니 금방 없어지는데, 그러면 다시 물을 달래서 끓여 먹었다.
양철 탁자가 일그러지도록 젓가락 장단을 맞추며, 흘러간 노래를 불렀다.
전선야곡, 번지 없는 주막, 찔레꽃, 울고 넘는 박달재, 백마강 달밤에 ~~~~~~~~~~하고 넘어가면
누군가 다시 아침이슬을 부르고, 야 야, 시끄럽다. 잡혀간데이, 하다가, 미친듯이 웃다가,
데모하다가 군대간 선배 이야기도 하고,
복학한 선배 이야기도 하고.
짝사랑하던 같은 과의 서울에서 온 남자애도 흘기다가.
그러다 다들 술이 취해 비틀거리며 걷던
그 옛날의 내 젊은 날.
오래되어 낡은 내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