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는 최근 잇따르는 시인들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사안을 가려 출판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ㅗ-12>문학과 지성사는 입장문을 통해 "시인들 자신이 문학적 권위를 업고 타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극히 예외적인 개인적 일탈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다수의 사건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출판사 역시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학과 지성사는 "조치에는 향후 출판계약 체결 중단, 계간지 '문학과 사회' 원고 청탁 중단에서 이미 출간한 도서의 절판까지 포함될 수 있다"며 "박진성, 배용제 시인의 경우 법적 논란이 있어서 절판에 앞서 출고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성·배용제 시인은 지난달 SNS를 통해 여러 건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공개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일부 성희롱 발언은 인정하지만 추행이나 강제 성관계는 없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과 지성사는 "그 누구도 문학적 권위를 수단으로 타인을 권력관계 속에 옭아매고 반인간적, 범죄적 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입장은 문지에서 시집을 낸 시인들의 성추문과 문지의 '문학권력'이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문학과지성사에서 알려드립니다
최근 일어난 '문단 내 성폭행·성추행 논란'과 관련한 문지의 입장과 조치를 밝힙니다.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창사 이래, 더 멀리는 계간지 『문학과지성』이 창간된 1971년 이래 축적해온 문학적 권위를 사유화하지 않고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한 풍성한 자양분으로 만들기 위해 계간지 편집권과 회사 경영권의 문학 동인 세대 간 이양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확립하여 이제 동인 3세대가 기획위원회를 맡아 회사 경영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문지 시인선에서 시집을 출간한 박진성 시인의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고 조속한 사실 관계 확인과 상응하는 조치를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후로도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출간한 여러 시인들에 관한 불미스러운 소식이 줄을 잇는 것을 참담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이로 인한 피해자의 아픔, 독자들의 실망 앞에서 전통 있는 문학 출판사로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학은 문학으로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문학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 그러므로 작가에 대한 평가는 무엇보다도 작품 자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은 문학과지성사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세대의 동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사태에서는 시인들 자신이 문학적 권위를 업고 타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극히 예외적인 개인적 일탈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다수의 사건으로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출판사 역시―출간 결정 과정에서 시인들의 그러한 행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문학 세대 간 편집권과 경영권 이양이라는 모델을 통해 문학적 공공성의 가치를 지켜온 문학과지성사는 그 누구도 문학적 권위를 수단으로 타인을 권력 관계 속에 옭아매고 반인간적, 범죄적 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그러한 문제가 드러난 시인들의 경우 사안을 가려 출판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할 것입니다. 그 조치에는 향후 출판 계약 체결 중단, 계간지 『문학과사회』 원고 청탁 중단에서 기 출간 도서 절판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현재 박진성, 배용제 시인의 경우 법적 논란이 있어서 기 출간 시집의 절판에 앞서 출고 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역시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과 시집들에 대한 이러한 조치가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다시는 문학의 이름이 개입된 추악한 가해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처방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문학과지성사의 책들을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2016년 11월 6일
문학과지성사 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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