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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농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일상에 바탕을 둔 시를 이야기하자면 올해 신춘문예 시 중에서는 이 시를 좋은 시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좀 더 관념이나 사유를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데, 올해 신춘문예 역시 다들 멀리 있다. 이 시를 심사한 장석남이나 나희덕의 연세를 감안하더라도, 사실 시는 이제 좀 그만 난해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완전히 알파나, 베타도 아닌 오메가인 지금의 세대로 넘어가지도 못하지 않는가.. 온전히 놔 주는 게 맞다고 본다. 알파는 알파가 알아듣게, 오메가는 오메가가 알아듣게... 오메가의 용어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척하는 것은 여기까지.. 좋은 시 축하합니다. 여기서 알파나 오메가는 세대를 뜻하지 등급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2022. 1. 1.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를 망설이는 사이, 김경호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를 망설이는 사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를 망설이는 사이 부산행 아홉 시 무궁화는 출발했다 빗방울 묻은 차창을 닦으며 느린 속도로 배경들이 지나갔고 강으로 창을 낸 집들과 무채색 고층빌딩들이 처음부터 나는 싫었다 잘 있거라, 시무룩한 한강의 불빛들아 맘에 들지 않던 천국의 냄비 우동들아 불 꺼진 인천행 전철은 달려와 화들짝 놀라며 다시 흘러가는데 말소된 지번으로 그들의 독촉장은 날아들었고 단식 농성자들 배고픈 텐트 위로 사수들은 물대포를 때렸다 쾌적한 여행환경을 조성을 위해 지하도에 가 누우라는데 때에 절은 배낭을 멘 그는 끝내 협조하지 않았다 악을 쓰고 버티지만 모르는 척하는 오늘도 그저 그녀인 그녀들, 검은 손톱과 긴 손가락은 스마트폰 속 다중(多衆)의 표적을 향해 고개도 들지 않고 불.. 2020. 12. 30.
산촌시담山村詩談 출간 첫 시집을 출간함 아마도 끝 시집이 될 것이야. 2020. 7. 1.
푼다는 것, 김경호 푼다는 것, 김경호 옷장을 정리하며 상자에 담긴 색색의 또아리들 삼십 여년, 전표철처럼 다소곳하게 너를 매고 긴장하며 고개 숙여 밥을 구하고 가끔은 굴욕의 나날 견디었느니 내 면목을 위해 나보다 더 힘겨웠을 넥타이여 이제야 놓아주노니 가거라, 이렇게 많은 색색의 비단뱀 또아.. 2019. 2. 24.
하인리히 하이네, 고백 고백-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저녁이 되어 어둠이 찾아드니 바다는 더 한층 거세게 파도쳤다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서지는파도의 춤을 바라보며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때 그대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사로잡혔다.아름다운 모습, 그대의 모습은내 주위에서 맴돌고 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세찬 바람 속에서도, 거친 파도 속에서도,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나는 가느다란 갈대를 꺾어 모래 위에 썼다."아그네스여,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하지만 심술궂은 파도가 이 달콤한 고백 위를 덮쳐가며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약한 갈대여,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래여,사라지는 파도여, 난 이제 너희를 믿지 않으리!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내 마음은 더욱 날뛴다.이제,.. 2018. 12. 26.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여행자를 위한 서시/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여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 2018. 11. 14.
뒤에야, 진계유 뒤에야(然後) 진계유(-安得長者言 중에서-)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정좌연후지평일지기부) 고요히 앉아본 뒤에야 평사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守默然後知平日之言躁(수묵연후지평일지언조) 침묵을 지켜본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省事然後知平日之費閒.. 2018. 6. 17.
아그배 피기 시작 아그배나무 꽃 김정희 우리 집 아그배 앙큼도 하지 나비도 모른 척, 꿀벌도 나 몰라라 아침나절 스쳐간 휘파람새에 마음 팔려 바람소리 날 적마다 꽃잎 흩날린다. 꽃잎 편지 봄바람에 부치고 하마나 올까 휘파람새 기다리며 밤 깊으면 온 마을을 밝히는 분홍색 꽃 등불. 2018. 4. 28.
비가 오겠다, 안주철 비가 오겠다 안주철 내 가슴에서 출발한 눈물이 당신의 눈에서 쏟아지는데도 나는 모른다 어디까지가 눈물인지? 당신의 이마와 당신의 주름과 당신의 쓸쓸한 나이를 나는 세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내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는 한 마리 구석이 될 때 누군가 나를 손끝부터 .. 2018.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