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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Morning 오늘은 장날 김정희 물 먹은 삼월 눈쯤이야 젊은 놈 비웃으며 눈삽 찔러 넣다 허리 나갔다고 한번 간 허리 이리저리 돌려 보아도 오줌 눌 때마다 오금이 저린다고 침 맞으러 간다면서 펄펄 날아가네 한번 가면 안 오는 게 허리뿐이랴 젊어서 품은 계집 버릴 줄 몰라 한 세월 다 보내고 허리까지 주고 왔네 쌍가마 뒤통수 눈 흘기며 욕바가지 퍼붓는 철 늦은 눈 내리는 오늘은 장날 마을버스 뒷자리에 걸터앉아 눈가 주름 감추고 약장수 구경이나 갈거나 둥둥거리는 북소리에 맞춰 춤이나 덩실 출거나 눈 내리는 장터 선술집에서 늙은 주모 푸념에 주머니 털어내는 눈송이 벚꽃처럼 휘날리는 설익은 봄, 오늘은 장날. 눈 내리는 새벽 아름다운 새벽이다. 2018. 3. 8.
[스크랩]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펌) "제주에 혼자 살고, 사실 술은 세요" http://v.media.daum.net/v/20180213044614235 2018. 2. 13.
강남옥 시인 '토요일 한국학교'(펌), 월드코리아 [신간] 강남옥 시인 ‘토요일 한국학교’ 이석호 기자 승인 2017.12.14 09:54 댓글 0 기사공유하기 프린트 메일보내기 글씨키우기 “필라델피아 누이가 보내온 손 편지 같은 시편들”··· 55편의 시 담겨 강남옥 시인 일주일에 고작 세 시간 하는 우리, 토요일 한국학교 빠진 이처럼 몇은 결석 띄어쓰기 다 틀린 작문같이 몇은 지각 “썽생님, 소쩍새가 모하는 거야?” 고급반 한국어 시간 미당의 시 한 수 도전하다 접는다 왼손으로 한국어를 쓰는 아이들 책을 말아 머리통 쥐어박으면 “It’s illegal 썽쌩님” 농담까지 한다 진달래꽃 번역 숙제 검사하다 웃다 웃다 눈물 철철 흘린다 ‘너가 나 다 쓰고 피곤해서 버리면(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나가 너가 가는 길에 꼬츨 깔을 거야(진달래꽃 가시는.. 2017. 12. 28.
강풍주의보 강풍주의보/김정희 미국 사는 내 친구 남옥이 오금 천 년 만에 낸 시집 부쳐온 날 미친듯 바람 불어 낮은 우리 집 지붕을 인 합판 한 조각이 교회 마당으로 날아갔다. 백 년 된 은행나무 옆에 나란한 예수님은 날아 온 진상품을 지그시 보시더니 슬쩍 바람을 토닥이고, 강아지 들락거리는 현관문 구멍에 걸친 비닐이 벌렁벌렁 그 사이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거리를 지나 미국으로 작은 시인 남옥이는 이를 악물고 굴러가는 혀를 붙잡으며 오늘도 돈 벌러 나갔다. 죽기보다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요일마다 어린애들 모아 가나다라 가르치는 내 친구 남옥이 그가 보낸 시집 읽다가 말고 그 세월 고단해 한참 울었다. 2017. 12. 11.
대설, 새벽 대설, 새벽/김정희 오줌 마려 일어난 새벽 창에 달빛 하도 밝아 부시시 열었더니 어렵쇼, 폭설이네 풍경 위 고봉 쌀밥 한입 베어 입에 넣다 아득하여 훌쩍이는 새벽 폭설에 눈을 씻다 생채기를 씻다. 12. 07. 오전 2017. 12. 7.
이사 이사 김 정 희 동네 어귀 할머니 사는 집 개 두 마리 암만해도 머리가 나빠 어찌 그리 짖는지, 한 두번 지나가냐? 오늘도 슬쩍 눈치 보는데어렵쇼, 개집만 덩그러니 밥그릇 엎어진 채 먼지가 풀썩 삭은 목줄만 햇빛에 출렁이네 조팝 울타리에 조롱조롱 걸린 바람이 할머니 다른 나라 이사 갔다 목이 메이고 빈 장독대 옆에 몽당빗자루 하나 지 할 일 끝났다고 누워 있더라. 어쩐 일인지 빈 집이 많아졌다. 집도 많이 짓는데, 살던 사람들은 자꾸 떠난다. 나이가 들면 뭐든지 곁에서 정리해야 한다. 놔 두고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운 날, 겨울 눈이 그립다. 2017. 6. 25.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크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A True travel / Nazim Hikmet The most magnificient poem hasn't been written yet The most beautiful song hasn't been sung yet The m.. 2017. 5. 10.
꽃잎을 쓸다 꽃잎을 쓸다 김정희 마당 가득 아그배꽃잎이 지다 아그배꽃은 사흘 피었다가 바람에 흩어지고 꽃잎이 꽃잎이지 떨어지면 꽃이 아닌가 여름 같은 봄날은 꽃잎처럼 사라지고 흐릿한 햇살에 숨죽여 우는 꽃잎들아 그 꽃잎 쓸다 나도 울었네 꽃잎이 지듯이 햇살도 바래지고 먼 나라에서 날.. 2017. 5. 6.
벚꽃엔딩 벚꽃엔딩 김정희 눈을 부릅뜨고 깨어나 세상을 밝힐 때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지 않았다 바다 건너 온 소문이 스멀거리며 과거를 들쑤실 때 손가락을 일제히 곧추 세우고 따져 물었다 고려의 붓대 속이거나, 조선의 행낭 속이거나, 와서 입혀주고, 먹여줄 때는 아무도 따귀를 때리지 않았다 온 나라에 흐드러져 그 목숨을 내놓은 꽃들아 봄이면 니가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겠다 만국기를 펄럭이며 달려오는 봄 속에서는 너의 과거를 잠시 잊어버리마 혹여 너의 숨겨진 위선들이 함성을 지르며 봄날 온 천지를 뒤덮으면 그때, 그 강산이 암울하게 뒤척일 때를 감히 짐작하며 네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지 않겠다. 2017.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