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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엔딩

by 키미~ 2017. 5. 6.

 

 


 

 

 

 

 

벚꽃엔딩

 

                                김정희

 

 

눈을 부릅뜨고 깨어나 세상을 밝힐 때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지 않았다

바다 건너 온 소문이 스멀거리며 과거를 들쑤실 때

손가락을 일제히 곧추 세우고

따져 물었다

고려의 붓대 속이거나,

조선의 행낭 속이거나,

와서 입혀주고, 먹여줄 때는

아무도 따귀를 때리지 않았다

온 나라에 흐드러져 그 목숨을 내놓은 꽃들아

봄이면

니가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겠다

만국기를 펄럭이며 달려오는 봄 속에서는

너의 과거를 잠시 잊어버리마

혹여 너의 숨겨진 위선들이 함성을 지르며

봄날 온 천지를 뒤덮으면

그때, 그 강산이 암울하게 뒤척일 때를 감히 짐작하며

네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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