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쓸다
김정희
마당 가득 아그배꽃잎이 지다
아그배꽃은 사흘 피었다가 바람에 흩어지고
꽃잎이 꽃잎이지 떨어지면 꽃이 아닌가
여름 같은 봄날은 꽃잎처럼 사라지고
흐릿한 햇살에 숨죽여 우는 꽃잎들아
그 꽃잎 쓸다
나도 울었네
꽃잎이 지듯이 햇살도 바래지고
먼 나라에서 날아와 꽃잎을 떨어뜨리는 붉은 바람들아
남은 날들 살아보랴 꽃비 속에 주저앉아
사흘 밤낮을 통곡해도 오지 않을 터
꽃잎은 꽃잎이지,
봄날은 봄날이지,
이름마저 흩어지는
아그배야, 아그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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