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김 정 희
동네 어귀 할머니 사는 집 개 두 마리
암만해도 머리가 나빠
어찌 그리 짖는지, 한 두번 지나가냐?
오늘도 슬쩍 눈치 보는데어렵쇼, 개집만 덩그러니
밥그릇 엎어진 채 먼지가 풀썩
삭은 목줄만
햇빛에 출렁이네
조팝 울타리에 조롱조롱 걸린 바람이
할머니 다른 나라 이사 갔다 목이 메이고
빈 장독대 옆에 몽당빗자루 하나
지 할 일 끝났다고 누워 있더라.
어쩐 일인지 빈 집이 많아졌다.
집도 많이 짓는데, 살던 사람들은 자꾸 떠난다.
나이가 들면 뭐든지 곁에서 정리해야 한다.
놔 두고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운 날, 겨울 눈이 그립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