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주의보/김정희
미국 사는 내 친구 남옥이
오금 천 년 만에 낸 시집 부쳐온 날
미친듯 바람 불어
낮은 우리 집 지붕을 인 합판 한 조각이
교회 마당으로 날아갔다.
백 년 된 은행나무 옆에 나란한 예수님은 날아 온 진상품을 지그시 보시더니
슬쩍 바람을 토닥이고,
강아지 들락거리는 현관문 구멍에 걸친 비닐이 벌렁벌렁
그 사이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거리를 지나 미국으로 작은 시인 남옥이는 이를 악물고
굴러가는 혀를 붙잡으며 오늘도 돈 벌러 나갔다.
죽기보다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요일마다 어린애들 모아 가나다라 가르치는
내 친구 남옥이
그가 보낸 시집 읽다가 말고
그 세월 고단해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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