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김정희
눈을 부릅뜨고 깨어나 세상을 밝힐 때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지 않았다
바다 건너 온 소문이 스멀거리며 과거를 들쑤실 때
손가락을 일제히 곧추 세우고
따져 물었다
고려의 붓대 속이거나,
조선의 행낭 속이거나,
와서 입혀주고, 먹여줄 때는
아무도 따귀를 때리지 않았다
온 나라에 흐드러져 그 목숨을 내놓은 꽃들아
봄이면
니가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겠다
만국기를 펄럭이며 달려오는 봄 속에서는
너의 과거를 잠시 잊어버리마
혹여 너의 숨겨진 위선들이 함성을 지르며
봄날 온 천지를 뒤덮으면
그때, 그 강산이 암울하게 뒤척일 때를 감히 짐작하며
네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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