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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옥상에 널다 가을, 옥상에 널다 김정희 여름이 눌어붙은 이불을 빨다. 속통을 들여다보니 지난 겨울이 아직 들어 있다. 바람이 지나가다 겉과 속이 다르구나! 툭 내뱉는다 그렇다 거죽은 화려로 가득한데 속은 얼음이 서걱하다. 뼈를 데워야 얼음이 녹을 테지 뼈마디에 들어 앉은 얼음 조각들이 불 속.. 2015. 10. 5.
쓸쓸함의 비결, 박형권 쓸쓸함의 비결 박형권 어제 잠깐 동네를 걷다가 쓸쓸한 노인이 아무 뜻 없이 봉창문을 여는 걸 보았다 그 옆을 지나가는 내 발자국 소리를 사그락 사그락 눈 내리는 소리로 들은 것 같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문 밖과 문 안의 적요(寂寥)가 소문처럼 만났다 적요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탱.. 2015. 9. 18.
수세미 수세미 김정희 사십 넘은 총각에게 시집 온 베트남 꽃처녀 밤낮 먹은 것 없이 토하고 또 토하고 길가 집 추녀 끝에 뒤늦은 수세미 찰랑찰랑 매달린 것 보고는 늙은 신랑 옆구리 대구 찔렀네 눈치도 없고 코치는 더욱 없는 늙은 신랑이 수세미 좀 주었으면 하는 말이 목구멍도 통과 못하고 .. 2015. 9. 14.
아침가리 아침가리 김정희 먼 바다에서 돌아와 빈 땅의 숨결을 추녀 끝에 말리는 나의 아버지 아침으로 끝나는 그가 사는 나라의 하루는 반나절 접으면 해가 지고 산 그림자 맞닿은 들판 저 끝으로 저녁이 온다. 높다란 지게에 햇빛을 짊어지고 심장을 쿵쾅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김 올라오.. 2015. 3. 20.
제 6회 정기시화전 원고 가시 김정희 詩가 가시처럼 마음에 박혀 눈 오는 밤 일어나 울었다. 젊은 날엔 막걸리 한 잔에도 가시를 팔았다 술집 벽을 부여잡고 새벽이면 토해내던 가시들 등을 두드리면 울컥 쏟던 가시들 짓무른 눈 비비며 일어난 늙은 새벽, 그 가시들이 욕심 나 마음에 깊이 박힌 하나 남은 오래된.. 2015. 3. 8.
가시 가시 김정희 詩가 가시처럼 마음에 박혀 눈 오는 밤 일어나 울었다. 젊은 날엔 막걸리 한 잔에도 가시를 팔았다 술집 벽을 부여잡고 새벽이면 토해내던 가시들 등을 두드리면 울컥 쏟아지던 가시들 짓무른 눈 비비며 일어난 늙은 새벽, 그 가시들이 욕심 나 마음에 깊이 박힌 하나 남은 오.. 2015. 1. 25.
문학기행 후기 - 詩 - 바다엔 결코 가지 못하네 바다엔 결코 가지 못하네 -강천산 병풍폭포*에서- 김정희 본디 물은 아래로 쏟아지는 게다 유장하게 흘러 바다까지 가보려했건만 누군들 거꾸로 내다꽂히는 걸 좋아하랴 기계가 낳은 몸뚱아리들이 하염없이 곤두박질치네 비 내릴 때 숨어서 바다로 따라갈까, 인간들 관광버스에 묻혀서 .. 2014. 11. 8.
고백 고백 김정희 가을, 새벽 은행나무가 교회 마당에 노란 편지를 쏟았다. 백 년 동안 숨겨 온 짝사랑이 들킨 날, 햇살이 하루 종일 십자가에 머물렀다. 2014. 10. 29.
깨도둑, 한로(寒露) 한 로 (寒 露) 김정희 윗마을의 항우장사 최순덕 여사 사시사철 빨강 내복 하나로 굳건히 견디며 , 이 집 일 저 집 일 수시로 돈 벌어 이천 평 너른 밭에 고추를 심었다네 하나 일군 자식은 늙다리 팔삭 동이 마음 하나는 최고인데 초상집에서도 웃는 놈이라 쌔빠지게 모은 돈 이천 만원에 .. 2014.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