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의 비결
박형권
어제 잠깐 동네를 걷다가
쓸쓸한 노인이
아무 뜻 없이 봉창문을 여는 걸 보았다
그 옆을 지나가는 내 발자국 소리를 사그락 사그락
눈 내리는 소리로 들은 것 같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문 밖과 문 안의 적요(寂寥)가 소문처럼 만났다
적요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탱탱하여서 느슨할 뿐
안과 밖의 소문은 노인과 내가 귀에 익어서 조금 알지만
그 사이에 놓인 경계는 너무나 광대하여
그저 문풍지 한 장의 두께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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