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김정희
詩가
가시처럼 마음에
박혀
눈 오는 밤 일어나
울었다.
젊은 날엔
막걸리 한 잔에도 가시를 팔았다
술집 벽을 부여잡고
새벽이면 토해내던 가시들
등을 두드리면
울컥 쏟던 가시들
짓무른 눈 비비며 일어난
늙은 새벽,
그 가시들이 욕심 나
마음에 깊이 박힌 하나 남은
오래된 가시라도 파내고 싶어
돋보기 쓰고
울었다.
봄, 오지 않다
김정희
눈보라가 사월 초입에 몰아치다.
진달래, 개나리 얼고,
누가 들을 샀는지
새벽,
지하수 찾느라 들판을 쑤시다.
피 빠진 들판에
야무진 철골 주사기
간신히 남아 있는 기운
모조리 빨아먹다.
들판이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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