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
김정희
먼 바다에서 돌아와 빈 땅의 숨결을 추녀 끝에 말리는 나의 아버지
아침으로 끝나는 그가 사는 나라의 하루는
반나절 접으면 해가 지고 산 그림자 맞닿은 들판 저 끝으로 저녁이 온다.
높다란 지게에 햇빛을 짊어지고 심장을 쿵쾅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김 올라오는 어깨에 남은 오후가 잠이 들고
아침만 있는 그의 나라엔 해가 지고 겨울이 오고,
먼 길에 나서 돌아오지 않는 세월에게 마지막 편지를 부치는
그는 잠시 지게위의 햇살을 내려놓는다.
나는 안다, 그의 하루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저 아침가리의 계곡에 묻은 것인 줄
산길을 내려오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발을 내딛을 때마다
빛나는 오후를 산꼭대기에 남겨두고 온다는 것을,
햇빛을 기다리는 그 아침가리에,
힘센 전나무들이 무거운 눈(雪)을 이고
언제나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태양을 향해 힘껏 팔을 펼치고,
햇살이 빛나는 그 곳엔 아침에만 갈아야 하는 밭이 있고
밭 갈기가 끝날 때까지 햇빛은 밭둑에 철퍼덕 앉아 기다리고,
저녁이 산에서 내려오기 전에
해를 짊어진 아버지가
오후보다 먼저 집으로 온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함의 비결, 박형권 (0) | 2015.09.18 |
---|---|
수세미 (0) | 2015.09.14 |
제 6회 정기시화전 원고 (0) | 2015.03.08 |
가시 (0) | 2015.01.25 |
문학기행 후기 - 詩 - 바다엔 결코 가지 못하네 (0) | 2014.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