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다는 것, 김경호
옷장을 정리하며
상자에 담긴 색색의 또아리들
삼십 여년, 전표철처럼 다소곳하게
너를 매고 긴장하며
고개 숙여 밥을 구하고 가끔은
굴욕의 나날 견디었느니
내 면목을 위해
나보다 더 힘겨웠을 넥타이여
이제야 놓아주노니
가거라,
이렇게 많은 색색의 비단뱀 또아리를 매고
내 덫인 줄 모르고
소잔등 같은 먼 산 보며
머리숱이 희어지고 등골 휘며
퇴근길마다 헛구역질 하였구나
잘 가라,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강물이여
내려놓아 풀고 나서야
비로소 가벼워지는 것
그래야 더 먼 숲길 보이고
먼 길 가다 만난 시 한 구절도
풀어놓아야
핏빛 노래가 되는 것을
푼다는 것. 全文
검색하다 오래 전에 함께 활동했던 이의 시를 찾아내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이미 신춘을 통과한 시인이다.
새삼 반가워서 그의 시를 올린다.
김경호 시인
1959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고교 재학 중 1977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198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대구상고와 영남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서른 세 해를 금융노동자로 생활하다 자유인이 되었으며,
슬하에 시집 『봄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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