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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teller… 스타 작가도, 작가 지망생도 "엉덩이 힘으로 씁니다"(펌)

by 키미~ 2017. 4. 20.

Storyteller… 스타 작가도, 작가 지망생도 "엉덩이 힘으로 씁니다"

[Story]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 작가들의 일상 탐구
대상작 '고양이가 멍멍', 3년간 구상해 10일 만에 완성 … "할리우드 진출이 목표"
쌍둥이 아들 키우면서 글 쓴 주부 프리랜서…
'7전8기'가 뭔지 보여준 50代 늦깎이 작가도

 

드라마 '시그널' 작가 김은희는 '장르물의 대가'라 불린다.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등 여러 범죄·수사극을 히트시키며 한국에선 '로코(로맨틱 코미디)'만이 통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영화감독 장항준 아내이기도 한 김 작가는 초등학생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색종이와 부직포로 만든 눈사람, 열매나무 등 아이가 만든 작품이 그득한 작업실에서 그녀는 치밀한 범죄 수사극을 탄생시켰다.
지난 5일 찾아간 김 작가의 여의도 작업실은 생각보다 소탈했다. 책상에는 컴퓨터와 서류 뭉치, 책 몇 권이 전부. 김 작가는 "디지털 시대니 다 컴퓨터로 작업한다"며 "수첩을 써본 게 언제더라?"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일상은 단조롭다. 드라마처럼 호화찬란하거나 미스터리한 일은 없다. 온종일 글을 쓰거나 보조 작가들과 회의하는 게 전부다. 가끔 자료 조사차 경찰서나 도서관에 다녀온다. 글을 쓰다 밤을 지새우기 일쑤. 밤새우고 아침까지 글 쓰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낮과 밤이 바뀌다 못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 사이클로 가기도 한단다.
결론은 '엉덩이의 힘'! 스타 작가나 작가 지망생이나 글은 인내와 투지로 쓴다. 제아무리 기발하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있어도 끝을 맺지 못하면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김수현, 김은숙, 김은희 같은 작가가 되고자 오늘도 수많은 글쟁이가 이야기와 싸운다. 아카데미 수상을 목표로 미국으로 건너간 30대 '싱글남' 작가, 쌍둥이 두 아들을 키우며 글을 쓰는 40대 엄마 작가, 칠전팔기 끝에 스토리 공모전에 당선된 50대 골드미스터, 퇴근 후 모여 시나리오를 함께 작업하는 청년 작가팀 3명 등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스토리 국가고시 '대상' 작가 강동원씨

게으른 집 고양이 '블루'는 같이 사는 성가신 개 '해피'가 애견센터에 끌려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듣자 그토록 싫어하던 개로 위장 잠입해 해피를 구해오는 임무를 맡는다. 친화력 제로에 '시니컬 대마왕' 고양이 블루는 과연 사교력 만점, 무한 긍정 강아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조선일보·KBS가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상금 1억원 상당의 대상을 거머쥔 '고양이가 멍멍'의 줄거리다. 인조 개털과 개코를 붙이고 개처럼 재롱을 떨며 '개 중의 개'로 거듭나는 고양이 블루의 이야기는 심사위원들을 울리고 웃겼다.
영예의 주인공은 올해 서른세 살 싱글남 강동원씨. 그는 어릴 적 누나가 비디오로 녹화해 놓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몇 번씩 돌려보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하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지만, 작가의 문턱은 높았다. 친구들에게 "시나리오가 재미있긴 한데 미국 스타일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미국 LA로 떠났다. 혈혈단신, 미국에 아는 이 하나 없었지만 한국에서 번역해간 초고를 계속 수정해가며 미국의 각종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도전했다. 캘리포니아 필름 어워즈, 뉴욕 스크린플레이 콘테스트, 베벌리힐스 필름 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4년간 해외에 머물면서 국내 공모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최종 목표는 세계인과 소통하는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 "잠시 쉬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코미디 작품을 계속 쓰려고요. 코미디는 문화를 알아야 웃음 포인트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높은 편이거든요." 요즘엔 좀비를 소재로 한 코미디물을 작업 중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시간은 빠른 편이다. '고양이가 멍멍'도 열흘 만에 완성했다. "대신 구상을 많이 해요. '고양이가 멍멍'도 3년 전 처음 구상했어요. 걸어 다니면서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그때그때 휴대전화에 제목, 소재 등을 간단히 적고. 대강 줄거리가 잡히면 집필을 시작하죠."
강씨는 어릴 적부터 일기장에 상상한 이야기를 적어놓거나 망상을 즐겼다. 나이 차이 나는 두 누나가 비디오 영화를 즐겨 봐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이야기에 젖어 살았다. 글을 잘 쓰기 위한 그만의 습관은 '질문 던지기'다. "평소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상황들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을 좋아해요. 왜 슬픈 노래에 맞춰 탭댄스를 추면 안 되지? 뱀파이어가 좀비를 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엉뚱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사물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겨요. '고양이가 멍멍'도 왜 '고양이도 개처럼 산책을 시키면 왜 안 되지?'란 질문에서 탄생했죠(웃음)."

Tip. 현지에서 4년 살며 터득한 미국 시나리오 공모 응시 팁

미국엔 작품 공모전이 정말 많다. '무비바이츠(www.moviebytes.com
)'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공모전 정보를 모아놓은 곳. '던딜프로(www.donedealpro.com)'는 공모전뿐 아니라 시나리오 매매 현황, 계약서 샘플 등이 있어 시나리오 작가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한다. '블랙리스트(blcklst.com)'는 매년 할리우드 영화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뽑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 인기 순대로 리스트를 발표한다.

 
1 강동원 작가. 2 권정희 작가.
육아와 작가 두 마리 토끼 잡은 권정희씨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권정희(43)씨는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키운다. 소설, 시, 에세이, 영화 시나리오, 웹툰 등 글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는 다작가다. 시작은 시(詩)였다. 1993년 지방지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지금까지 하이틴 시집 3권을 출간했다.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청계천 헌책방에 가서 책을 사와 읽곤 했는데 참 좋았어요. 학창 시절 때 우연히 엄마가 고등학교 문예지에 쓴 '딸기코 아저씨'라는 소설을 봤는데 그때 작가가 돼야겠다는 숙명을 느꼈죠."
권씨의 작품은 허를 찌르는 신선함이 있다. 이번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이선동 클린센터'는 귀신을 보는 청년 유품정리사의 얘기. 2015년까지 네이버에 연재해 젊은 층에 큰 공감을 얻었던 웹툰 '장미아파트 공경비'는 20대 경비원의 취업과 사랑을 그렸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생계유지를 위해 드라마·영화 각본 작업 등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그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은 미국 드라마 '라스트 십' '더 클로저' 등처럼 스릴러와 코미디가 적절히 어우러진 수사물이다. "저는 비주류라 불리는 사람들의 뭉클한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유품정리사 이선동도 그렇고 장미아파트 공경비도 그랬고요." 권씨는 쌍둥이 아들 키우랴, 글 쓰랴 정신없지만 야무지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이다. "우선 육아에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 무조건 글을 써요. 글쓰기가 저에겐 육아 스트레스 해소법이죠. 하하!"

7전8기로 수상한 늦깎이 작가 김태곤씨

김태곤(55)씨는 원래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글쟁이로 직업을 바꾼 이유는 하나. "만화나 영화를 볼 때 가장 행복하더라"였다. 서른 넘어 시작한 작가 생활이 어느덧 20여 년. 그런데 막상 글을 써보니 돈벌이가 안 돼 행복하지 않더란다. 돈이 없어 막노동할 때가 다반사. 그래도 각종 공모전에 응시하며 상금으로 근근이 버텼다.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은 1회 때부터 응모해 8회 차인 지난해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김씨는 "7전8기라는 말을 고사성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 8번 만에 붙으면서 7전8기를 몸소 깨달았다"며 크게 웃었다. 이번에 수상한 작품 '골드 로드'는 6·25전쟁 당시 한국은행에 남겨진 금 260㎏과 은 15t의 행방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긴박감 있는 사건 전개와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 당선된 공모전만 21개인 그는 공모전 응시 노하우도 귀띔했다. "공모전별로 취지를 잘 알아야 해요. 소재의 독창성이나 창의성은 어딜 가나 공통이죠."
김씨는 늦깎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간절히 원하니 길이 보이더군요. 서른 살부터 각종 공모전에 응모해 마흔 살에 처음 당선됐어요. 단편영화 시나리오에서 대상을 받았죠. 10년 하다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게 쥐약이 됐죠. 아, 어쩜 나한테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싶어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자기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쉽지 않아요. 저도 글 쓰는 게 힘들고 어렵지만 이걸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계속 글을 씁니다. 슬픈 행복이죠. 글 쓰느라 이 나이까지 결혼도 못했어요. 하하!"

Tip. 공모전 당선만 21번째… 내공 있는 작가의 국내 각종 공모전 당선 팁

①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은 글로벌한 콘텐츠가 유리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제작 가능성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가장 중시한다.
② 내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를 써라.

 
1 김태곤 작가. 2 (왼쪽부터)이은지·한은영·정한진 작가.
협업 작가 이은지·정한진·한은영씨

3명이 한 팀을 이뤄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이은지(37)·정한진(31)·한은영(36)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선후배 지간이다. 한씨는 "셋 다 영화를 전공해 작가, 영화감독 등을 꿈꿨지만 혼자 글쓰기가 쉽지 않더라"며 "졸업 후 직장 생활하면서 우리만의 스토리를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2014년 '필름모색'이라는 영화창작집단을 만들었다"고 했다. 작업실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녹번동 서울혁신센터 내 '청년청'. 필름모색에는 영화감독 지망생, 영상 편집자, 카메라 촬영맨, 작가 등 다양하게 모여 있다. 그 안에서 혼자, 둘이, 셋이 자유롭게 작업한다.
이번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 우수상을 받은 '험도: 죽음의 길'은 이들이 모여 만든 첫 작품이다. 기획부터 시나리오 쓰기까지 석 달가량 걸렸다. 정씨는 "자료 조사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한다. 책이나 신문라이브러리는 물론이고 다큐멘터리, 유튜브 등 이야기될 만한 인물과 플롯을 찾기 위해 다소 무식하게 리서치를 하는 편"이라고 했다. 세종대왕 시절 북방 여진족을 정탐하던 '체탐인'들 삶을 소재로 한 '험도'도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공동 작업하다 보면 트러블이 생기진 않을까? "누구는 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누구는 스토리 구조를 잘 잡아 협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났어요." 의견 차이는 물론 있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스토리를 좀 더 복합적이고 다면적으로 만들 수 있다. "공동 작업은 적어도 작업자 3명 모두 스토리를 이해하는 수준이 돼야 하니 아무래도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Tip. 협업 시나리오 작업할 땐 이렇게

① 아이템을 모아 놓은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공유한다.

② 공동 작업할 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공동 각본자였던 하시모토 시노부가 쓴 책 '복안의 영상'을 읽으면 도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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