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오십을 바라보게 된 올해 초에 심각하게 내 젊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스무살때 나이 오십 된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늙은 사람들에게 더이상 살아갈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이 오만한 생각들은 행동에도 나타나서
부모님께도 불충하게 굴고,거만한 태도로 그들을 대했으며,
때로는 그들의 친절을 오해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반년을 지내면 오십이 된다.
물론 내가 보기에는 얼굴은 오십이 한참 멀었다.
아직도 나는 이십대의 생각을 갖고 있고,
뭐던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사흘을 굶어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요즘은 한 끼를 굶으면 손이 떨린다.
젊은 애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어 자꾸 잔소리를 하려고 한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하면서 서글프다.
성당에 미사 보러 갔는데 어린이들이 남편보고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럼 나는 할머니?
물론 남편도 내가 보기엔 젊어보이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린이들 눈에는 이제 더이상 나는 젊은 아줌마가 아니다.
꽃들이 피면 예전엔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슬프다.
라디오를 틀면 이젠 트롯트가 더 정답다.
사람들 알고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고,더 알고 보면 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학교 동창들이 참 정겨워서,사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지만
막 속내를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이런저런 푸념을 해도 다 이해할 것 같은 식구들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늘 그렇듯이,
사람은 천차만별이니,
내 뜻과 같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거다,
하지만 이런 넋두리 한다고 너무 나무라진 마시길..
오늘 아침부터 빨래 한바탕 해서 마당에 널어 놓고,
햇빛 부서지는 들판을 보노라니,
슬그머니 내 지난 젊음이 생각나서..
다들,
잘 지내시길 ...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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