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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살아 생전 술상이나 차려주렴 (이 규보)

by 키미~ 2008. 1. 30.

살아 생전 술상이나 차려주렴

 

 

                              이 규 보

 

가련해라 이 한 몸

죽고 나면 백곡 되어 썩어지리니

자손들 설 따라 무덤 찾아와 절한다 해도

죽은 자에게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게다가 백 년 뒤에 가묘에서 멀어지면

어느 자손이 찾아와 성묘하고 돌보겠나

무덤 앞에선 누런 곰이 와서 울고

무덤 뒤엔 푸른 외뿔소가 부르짖겠지

고금의 무덤들이 다닥다닥 쌓여 있지만

�이 있고 없는 것을 뉘라서 알겠나.

 

조용히 앉아서 혼자 생각해 보니

살아 생전 한 잔 술로 목을 축이는 것만 못하네

내가 아들과 조카들에게 말하노니

이 늙은이가 너희를 괴롭힐 날 얼마나 되겠는가

꼭 고기 안주 놓으려 말고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렴

 

천 꿰어 지전을 불사르고 술 석잔 바친다마는

죽은 후이니 받는지 안 받는지 어찌 알랴

호화로운 장례도 내 바라지 않노라

무덤 파가는 도둑에게 좋은 일 시키겠지

 

 

 

송강 정철의 술을 마시는 네가지 이유

 

1,슬픈 일이 있을 때.

2,기쁠 때.

3,먼 데서 손님이 찾아 왔을 때,

4,권하는 잔을 뿌리칠 수 없을 때.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술의 급수와 단

 

9급, 부주(不酒):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급, 외주(畏酒):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은주(隱酒):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술을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밥맛을 돕기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초급,학주(學酒):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 주졸(酒卒)

 

초단, 애주(愛酒):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주도(酒徒)

2단, 기주(嗜酒):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 주객(酒客)

3단, 탐주(耽酒):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4단, 폭주(暴酒):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5단, 장주(長酒):주도 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6단, 석주(惜酒):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7단, 낙주(樂酒):술을 마셔도 그만,안 마셔도 그만,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주성(酒聖)

8단, 관주(觀酒):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 주종(酒宗)

9단, 폐주(廢酒):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열반주(涅槃酒)

 

조지훈은 주도에는 9단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9단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단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호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이 들 것이고,

수행연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

단,천재는 차한(此限)에 부재다 라고 하였다.

 

 

오늘 문득 책을 읽다가 이미 주성에 든 우리 친구들이 많은 바,

혹, 주종이나 열반주에 들 이가 있어 내심 걱정이 되어서..

옮겨봅니다.

 

편안한 잠 이루시길...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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