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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

by 키미~ 2009. 12. 13.

 

 

아침가리



                         김정희



먼 바다에서 돌아와 빈 땅의 숨결을 추녀 끝에 말리는 나의 아버지.

아침이면 끝나는 그가 사는 나라의 하루는,

반나절 접으면 해가 지고, 산 그림자가 끝나는 들판 저 끝에서 저녁이 온다.

높다란 지게에 햇빛을 짊어지고,

장작 빠개지는 결 따라 심장을 쿵쾅거리며 도끼질 하는 아버지,

그의 김 올라오는 어깨에 남은 오후가 잠이 들고,

아침만 있는 그의 나라엔 해가 지고, 겨울이 오고,

먼 길에 나서 돌아오지 않는 세월에게 마지막 편지를 부치는 눈 오는 산길에 서서,

그는 잠시 지게위의 햇살을 내려놓는다.


나는 안다. 그의 하루는,

해가 지는 산골 마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저 아침가리의 계곡에 묻은 것인 줄.

산길을 내려오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발을 내딛을 때마다 빛나는 오후를 산꼭대기에 남겨두고 온다는 것을.

오후를 기다리는 마을, 햇살을 부르기엔 너무 오래 된 그 아침가리에

힘센 전나무들이 무거운 눈(雪)을 이고, 언제나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태양을 향해 힘껏 팔을 펼치고,


햇살이 빛나는 강원도의 그 곳엔 아침에만 갈아야 하는 밭이 있고,

밭 갈기가 끝날 때까지 햇빛은 밭둑에 철퍼덕 앉아 기다리고,

저녁이 산에서 내려오기 전에

해를 짊어진 아버지가 오후보다 먼저 집으로 온다.



* 아침가리-해가 있는 나절에 밭을 간다는 뜻으로 아침 조, 밭갈 경, 을 써서 조경동이라고 한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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