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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문태준

by 키미~ 2010. 9. 4.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

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

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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