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늦여름
김정희
빗방울 일렬로 서서 다다다 지나가는 한낮, 장마는 지나갔다고 어머니 빨래를 툭툭 털어 일렬로 너신다. 소나기는 소나기, 장마와는 아무 상관없이 다녀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쏘다닌다. 무지개 본 지 얼마나 되었나? 하늘에다 장대를 곧추 세우시고 어머니, 한풀 삭은 더위 봉선화위에 가라앉은 마당 구석구석 쓸어내신다.
바람은 등나무 이파리 떨어뜨리고, 잠시 장독대 옆 백일홍 보는 사이 한 줄로 후다닥 지나가는 빗방울. 널어놓은 고쟁이 마디마다 일렬 구멍이 뚫리고, 널다 걷다 지친 어머니 바랜 머리위로 잠자리 한 마리 뱅뱅 돈다.
처마 끝 일렬로 퐁 퐁 패인 흙 구멍마다 햇살이 날아와 물을 먹는, 여름은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어머니 빨래를 다시 툭툭 털고, 소나기 쏜살같이 동구 밖으로 달아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