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찰옥수수
김 정 희
옥수수 훌쩍 다섯 뼘은 넘어도 실한 놈은 겨우 한 개
그나마 도시 사람 슬쩍 서리하고 남은 놈은 이름값도 안 나오네.
칠레에서 들여오는 강원도 찰옥수수.
우리나라 좋은 나라 종자로는 옥수수 잘아서 못 쓴다고 사람들은 큰 것만 좋아해.
강원도 옥수수 여물지도 않았는데, 먼지 나는 도로가에 버젓이 간판 좋은 강원도 찰옥수수
밀짚모자 눈매 사나운 아저씨 뒤로 이제야 익어가는 강원도 옥수수
칠월도 한창인 날,
남쪽에서 올라 온 인물 훤한 옥수수
개명신청 누가 했나, 모두모두 강원도 찰옥수수.
찌는 더위 보란 듯이 키만 크는 감자바우 옥수수야.
이름값 하려면 칠월에는 익어야지
쟁쟁한 놈들 이기려면 지금쯤은 찰찰하게 살이 올라야지
너 그럼 못 쓴다고 옥수수 서걱대며 후려쳐도
정수리 새파란 놈 장가부터 가겠냐고
염소뿔도 녹인다는 대서날 아침
옥수수 밭머리에 비조차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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