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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같은 /김종호

by 키미~ 2010. 8. 28.

벌레 같은

 

                                            김 종 호

 

비 개인 오후

채송화 접힌 꽃잎이 펴지지 않는다.

빗물은 깨진 항아리에 구름을 가두고

소금쟁이 한 쌍 접붙여 놓고 논다.

벌레들도 뜨겁게 사랑을 하는구나

툭툭 물방울을 털어 내는 풀잎,

풀잎이 흔들릴 때마다 반짝이는 하늘이

무심하게 가슴을 옥죄어 온다.

아름다움에 젖어 있는 벌레들만큼

촉촉한 사랑이 그리워지는 여름날 오후

접힌 꽃잎 위로 노을이 지고

바람은 공연히 빈 항아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채송화 접힌 꽃잎이 끝내 일어나지 못하는

벌레 같은 하루가 미라처럼

부활을 꿈꾸며 말라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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