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못 성지에서
김 정 희
바다가 보이는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이들의 믿음을 본다.
세상에 나와 목숨 쉬 내 주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손톱에 가시 하나 박혀도 엄살이 태산인 좁은 믿음을 가진 나에게 묻노니,
그들의 삶을 내어준 바닷가에서 머리카락 한 올도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너의 믿음은 무엇이더냐?
너에게 신앙은 무엇이더냐?
햇살은 찬란하게 바다에 부서지고
죽음은 갈매못 십자가에 처연히 매달려
오만한 기도로 묵주 돌리며 걸어도
내 믿음의 빛깔은 바다를 적시는 안개보다 희미하다.
언제나 삶 뒤에서 능청스러운 반성으로 나를 옭아매고,
솎아내지 못하는 욕심 꾸러미를 마음 가운데 버젓이 챙겨두니,
너는 오늘도 잘 살았느냐?
너의 위선 오늘도 잘 숨었느냐?
*갈매못 성지-충남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에 있는 순교성지로 1866년 프랑스 성직자 3인과 한국 성인 2인이 군문효시를 당한 곳.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