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오
김 정 희
창포 삶아 우려 놓고
머리카락 풀며 친정엄니 생각하네.
닳아빠진 은비녀 쪽진 머리에 꽃무늬 한복 소매를 걷고,
치마 휘감은 허리엔 아버지 장가 올 적 빨간 넥타이.
제사가 낼 모렌데 조기 값 올라 두 마리 겨우 샀다고
우리나라 바다가 천지인데 조기는 씨가 말랐나
송곳니 빠진 자리 가리고 웃으시네.
가리면 뭐하나, 손가락 마디 못이 열 개인데,
해마다 춘향이 그네 뛰던 오월 단오 날
창포물에 삼단 같은 머리 치렁치렁 감아도
세어지는 머리칼 도로 검어지나
기미 앉은 얼굴 코티분에 백옥 되나,
제사에만 오는 아버지 신작로에 닿기 전에
엄니 하얀 머리 창포물에 굽이치고,
창포 파란 눈물 마당에 굽이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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