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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 문학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by 키미~ 2015. 10. 8.

노벨문학상 수상 알렉시예비치(EPA=연합뉴스)
벨라루스 언론인 출신 반체제 작가

인터뷰로 모은 이야기 논픽션 산문형식으로 풀어내 명성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67)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다.

언론인 출신으로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쓰는 '다큐멘터리 산문' 작가다.

소련 시절부터 반(反)체제 성향의 작품을 써온 그는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조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2012년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스타니슬라프(현 이바노-프란코프스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벨라루스인,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이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파견 근무를 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살게됐던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복무 기간이 끝난 뒤 벨라루스로 돌아왔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국립대 언론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지방과 중앙 신문사, 잡지 등에서 일했다.

창작 활동은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던 1975년부터 시작했다.

1983년 첫번째 작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완성했지만 출판까지는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 반전론에 동조하고 참전 여성들의 영웅적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신랄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정책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1985년 마침내 빛을 보게됐다.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동시 출판되면서 200만부 이상이 발간됐다.


같은 해에 역시 1년을 출판사에서 썩고 있던 '마지막 증인들'도 출간됐다. 편견이 없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공포스러운 전쟁(2차대전)의 실상을 소개한 작품이다.

4년 뒤에는 러시아가 벌였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범죄적 실상을 다룬 '아연(亞鉛) 소년들'이 출간됐다.

소련 국민들조차 먼 타국 땅에서 아연으로 된 관에 실려오는 전사자들을 통해서만 아련히 짐작할 수 있었던 전쟁의 실상을 다룬 작품이다. 책을 쓰기위해 작가는 4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참전 용사와 숨진 군인 가족 등을 인터뷰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찾아가 취재하기도 했다.

작품은 숨겨진 전쟁의 진실을 파헤친 걸작이란 찬사와 함께 영웅적 전쟁을 깎아내렸다는 비판을 함께 받으며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 때문에 알렉시예비치는 재판까지 받게됐으나 민주 진영과 해외 저명 지식인들의 구명운동으로 간신히 유죄 판결을 면할 수 있었다.

이후 알렉시예비치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자본주의 이행기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죽음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1993년)과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휴유증을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1997년) 등을 잇따라 출간하며 절정기의 명성을 얻었다.

그의 책은 미국, 영국, 독일, 베트남, 인도, 일본 등 2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 몇몇 작품은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진실에 대한 줄기찬 탐구 정신과 독창성 등을 인정받아 자국은 물론 스웨덴, 독일 등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았다.

알렉시예비치는 전쟁 관련 소재를 많이 다룬 데 대해 "우리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면서 "우리는 항상 싸우거나 전쟁을 준비하면서 살아왔고 다른 삶은 없었다"고 말한다.

cjyou@yna.co.kr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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