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창과 출신의 직장인입니다.
어느 문창과인지는 밝히면 안 될 거 같아 송구스럽구요.
선후배 중에 현재 문단에서 활동하는 소설가도 많이 있어서 가끔 동창들 모이는 술자리 가면 종종 보곤합니다.
문창과 출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른 학과랑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졸업 때는 취업 걱정하구요, 실제 전업작가 꿈꾸며 작정하고 소설 쓰는 애들이 있는데, 저는 현실을 택해서 취업으로 나간 경우입니다.
졸업해도 소설이 워낙 좋아서, 사실 배운 게 그거 뿐이라, 아직 소설 언저리에서 기웃기웃 거리기만 하는데요.
각설하고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의 신춘에 대해서
그리고 그 폐혜에 대해 글 올리려 합니다.
시는 제가 모르니까 소설에 국한해서만 말입니다.
소설 작법이란 것이 있습니다.
문학 교과서나 시중에 출간된 작법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 는 내용을 담은
작법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돌고 도는 빈약한 내용을 말하는 게 아니구요.
문창과에서 교수님 애제자셨던 분들은
이미 아실텐데요,
쉽게 말해 그 금기사항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작품은 탈락합니다.
어차피 심사를 그 분들이 하시기에 그렇습니다.
본심 뿐 아니라 예심 선생님들도 문창과 강의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시니까요.
신춘은 어차피 흠집 잡아내기입니다.
위에서 말한 작법에서
조그만 흠이라도 보이면 바로 탈락입니다.
제가 한 말이 아니고 박모 소설가가 한 말입니다.
대부분이 문창과 출신 당선자가 배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교수님들 애제자인 그들은 적어도 알고 시작하는 거죠.
일단 흠이 없는 작품을 써놓고 그 다음에 주제의 깊이나 작가 정신 이런 거 생각합니다.
게시판에 보니 단편 쓰는 기간이 얼만지에 대한 담론들이 오가는데요, 실제 프로 소설가들은 마음 먹으면 하루 한 편도 씁니다. 물론 초고지요. 작법을 알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형상화 시키는 작업이니까요.
실제 예전에 서울예대 문창과에서 스파르타식 소설 교육 유명했지 않습니까?
당선작들 보고 신기한 거 못 느끼시나요?
대부분이 무난한 소설이죠. 잘 다듬어진.
B소설가는 이렇게 또 말했습니다.
작가가 열 명이면 열 개의 색채가 각기 나와야하는데
우리 작가들은 열 명이 모여도 너덧 개의 색채만 뿜어져 나온다고요.
결국 신춘과 등단제도의 폐혜를 말하는 겁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이름이 헛갈리네요 갑자기, 아무튼 향수라는 소설 아실겁니다.
그런 소설이 우리 신춘 문예에선 절대 당선 못 됩니다.
박민규 신춘에 떨어지는 거 보세요.
더 심한 경우는
제자가 응모하고 교수님이 심사하는 경우지요.
몇 해 전에 당선자의 학교와 최종심 심사 선생님의 근무학교가 동일한 경우도 있었지요.
소설은 아니었지만요.
제자 작품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언급해주는 경우는 일상적일 정도입니다.
실제로 학교 아닌 사설 문학교육 하는 곳엔
직접 첨삭해서 작품 내는 경우도 있죠.
오래 현장에서 문학공부 하신 분들 다 아실겁니다.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현실이지 않습니까.
학교 마다 경쟁 아닌 경쟁심도 있어서
어느 학교 문창과에서 신춘 몇 명을 등단 시켰네 하는 말도 안되는 자부심들.
문인들은 트위터를 많이 하는데요.
자기 제자 신춘 당선 자랑하느라 바쁩니다.
결국 모두 사제로 혹은 선후배로 연결된 거대한 고리가 바로 문단입니다.
저는 그게 싫어서 소설 포기하고 평론으로 응모하기로 했습니다.
평론도 별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살 거 같아서요.
평론으로 전향한 이유도 참 서글프네요.
한번씩 이 카페에서 정말 순수한 영혼으로
도전하시는 분들 뵈면 슬픕니다.
슬프다는 거 자체가 우리 문단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방증이지요.
결론은 그렇습니다.
한국 문학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비극의 출발점이 결국 여기서부터라 봅니다.
등단 제도부터 삐걱거리니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지요.
제가 문창과 출신임에도 이런 말을 올리는 연유는
어차피 이 문제는 문창과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이 먼저 풀어야 할 문제이기에 그렇습니다.
다행히 바른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작가 분들도
조금씩 보이니까 희망을 놓을 순 없는 일 아닐까요?
부끄럽기도 서글프기도 온갖 감정이 교차하지만
어차피 우리 문학을 놓지 못할 것을 압니다.
이런 걱정들, 격한 비판들과 담론들이 오간다는 것도
거꾸로 생각하면
결국 우리 문학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라 여기고 싶습니다.
힘을 가져야 목소리를 냅니다.
낙담하지 마시고
올바른 작가 정신으로 무장해
우리 문학을 다시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이끌어 주실
회원님들이 되시길 기원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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