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비가 내리더니
미사 드리는 도중에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쏟아지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시골 집에 다니러 오신 지도교수님 모시고
송어횟집에서 소주 4병 남편이랑 함께 마시고
집으로 와서 또 노래 부르면서 소주 일병
올드 팝송 LP를 들으면서
과거를 토해내고,
현실의 막막함을 이야기하면서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동네를 걸었다.
눈은 내리고,
눈은 미친듯이 내리고.
치악산에서
이럴 때 불쑥 떠오르는 나의 시 눈 오는 저녁
눈 오는 저녁/김정희
남의 집 살이 삼십 년 하고
텃밭 딸린 작은 집 하나 장만한 눈 오는 저녁
한 뼘 어깨 위에 휘어진 세월 짊어지고
어머니, 백 년 된 강둑 따라 집으로 오신다
물이 뭐라더냐 산이 뭐라더냐
홀로 호령하며 옆구리에 소주 차고
왼쪽만 닳은 신발을 터덜거리며
눈 내리는 강둑에 오줌을 누신다
오줌은 강물로 흘러가고
얼어붙은 강둑에 안개는 피어올라
안개 속 어머니 눈 맞으며 우신다
노래를 부를까 춤을 춰 볼까
어머니 돌아오시는 강둑에 서서
엉거주춤 끌어 올려 반은 더 까발린
얼어붙은 엉덩이 감싸 안으며
서른에 과부 된 어머니 등에 업는다
백년 된 강둑도 함께 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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