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겠다
안주철
내 가슴에서 출발한 눈물이
당신의 눈에서 쏟아지는데도
나는 모른다
어디까지가 눈물인지?
당신의 이마와 당신의 주름과
당신의 쓸쓸한 나이를
나는 세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내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는
한 마리 구석이 될 때
누군가 나를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눈물로 오해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듯이
비가 오겠다
외롭다 그립다 쓸쓸하다
이런 말들 밖에서 가만히
세상을 들여다보면
고요와
고요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면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귀를 기울이면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새떼가 되어 날아가듯이
비가 오겠다
셀 수 없는 새떼가 되듯이
다 날아가 사라져도
끊임없이 남겨지듯이
—시 전문 계간지 《발견》 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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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철 / 1975년 강원도 원주 출생. 배재대 국문학과 졸업, 2015년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2002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다음 생에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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