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때인지...우리집에 텔레비전이 생겼다.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있으면 신고를 해야 했다.
대부분 신고를 미루고 장롱에 숨겨두고 몰래 꺼내보곤 했는데,
어느 날, 어떤 아저씨가 큰 동생에게 너의 집에 텔레비 있나? 묻고, 네! 하고 씩씩하게 대답하면서 밀월이 끝났다.
그 텔레비전으로 맨 처음 본 영화가 KBS 명화극장에서 방영한 '첫사랑'이다.
당시에 마음을 졸이면서 왜 저 여주인공이 붉은 드레스를 입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사랑한 남자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 엄청난 가슴 저림을 느꼈던..
11살 소녀였던 내 인생의 첫 영화.
정영일씨의 이번 주 영화는 꼭 봐야 하는 명화입니다. 하는 말에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은 졸리면서도 시청했었다.
제저벨이란 제목의 영화였다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왜 제목을 첫사랑으로 했을까...
그러니 지금까지 못 찾았지.
언제나 영화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영화.
그리고 함께 그 영화를 보던 우리 옛날 집, 대청마루, 작은 흑백텔레비전, 젊은 엄마, 젊은 아버지, 어린 동생들.
영화가 끝난 뒤 침묵이 흐르면서 잠시 어색했던 순간.
다 생각이 난다.
사랑에 대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지루하지 않는 대화로 풀어내는 시나리오의 힘.
지금 보니 시나리오가 대단하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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