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윗동네에 사시는 성당자매님이 전화를 하셨는데
옥수수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어보시네요.
친척들이 다 오셨다 가셔서 면에서 다 사가지고 가셨다고 했더니
어제부터 옥수수 따기 시작했다고 필요하면 말해라 하십니다.
집 앞에도 옥수수밭,조금 위에도 옥수수밭,
올해는 옥수수 농사를 얼마나 많이 지었는지 누구네 집 옥수수를 사야 할 지도
사실은 생각을 해야 할 지경입니다.
작년에 옥수수가 좀 부족하다 싶어서인지 올해는 너나 나나 다들 옥수수를 심어서
옥수수 풍년입니다.
톨게이트 주변에는 작년엔 한 두개 밖에 없던 여름가게가 갑자기 여섯개 정도나 늘었고,
지역방송에도 옥수수 사먹기 운동까지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옥수수는 사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입니다.
물론 순치기도 해 주어야 하지만 약은 많이 안 쳐도 되고,
심어 놓으면 쑥쑥 잘 자라니 열매가 맺기만 하면 금상첨화이지요.
그래도 먹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판로가 시원치 않으면 다 사료로 간다네요.
저는 한 망태기 사 놓고 한꺼번에 열개씩 먹어대고는 그만입니다.
첨에는 맛있다가 다음날이 되면 잘 먹게 되질 않아요.
감자니,마늘이니,동네에서 사다보니
조심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누구네 집 거 팔아주고 누구네 집은 모른체 할 수 없고,,
난감할 때도 있어요.
남편은 아예 면에서 사라고 하지만 팔아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도 없고..
그런데 말입니다.]
사는 걸 빼 놓고 그냥 먹으라고 주시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호박이니 가지니 조금 농사 지은 걸 나누어주곤 하지요.
참 이상하지요..
제가 안 받을 거 같이 보이는지..아니면 애써 농사지어서 아까운지...
그 많은 옥수수를 따면서도 먹어보라고 그냥 한 개 주시지 않아요.
시골로 이사오는 일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동네에서 인정을 받고 그 사람들 틈에 융화되기가 힘듭니다.
전원생활 운운 하시지만 시골로 이사할 때는 꼭 먼저 정착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딜 가나 다 같지만 사람사이의 일이 가장 힘듭니다.
얼마전에 우리 집 옆의 새로 지은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문을 안 잠그고 나갔다는데 사실은 저도 문을 안 잠그고 다니고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는데 도둑이 현금만 가져갔다네요.
그런데 저희를 원망하시는 말투로 집을 안 봐주었다고 하는 바람에 마음이 한참 상했답니다.
평소에 인사도 잘 받지 않고,저한테 호박이니 고추니 얻어가면서도 무엇하나 나누어주지 않으면서
도둑을 맞았는데 우리 탓을 하니 ..
우리집 뿐만 아니라 그 옆집에 사시는 반장님도 속이 상해서 저한테 말씀하시더라구요
하여튼 그래서 요즘은 저도 멀리 나갈 땐 문을 잠그게 되었답니다.
성가신 일입니다.
여름의 끝자락인 칠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새벽에 비가 살짝 뿌리니 서늘한 것이 꼭 가을날 아침 같으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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