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마늘을 심었습니다.
고구마를 캐고 나서 빈 땅을 무얼할까 생각하다가
아랫집에서 산 마늘이 남아 있는 걸 보고는 얼른 심었답니다.
땅을 깊히 뒤집어야 하는데 대충 후비적해서 심었더니
흙을 고르는 사이 심어 놓은 마늘이 뒹굴대며 나옵니다.
입동전에 마늘은 심어야 한다네요.
입동이 지나면 마늘이 저절로 튀어 나온대요.
남편이 얻어 온 왕겨로 위를 덮고 나니 그래도 겨울농사 흉내라고 흐뭇합니다.
뒷집에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얼마전에 허리 수술을 하셔서 몸이 불편하신 이유로
저더러 밭의 무를 뽑아다 먹으라십니다.
몇 개만 가져올려고 했더니 더 가져가라고 하 성화를 대셔서
하는 수 없이 열다섯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올해는 무나 배추가 잘 되어서 이웃에도 많이 나누어 주신다고 무청을 다듬고 계시는데
밭의 무를 다 뽑아야 하는데 ...하시길래
몇 번을 왔다갔다 하며 무를 싹 다 뽑아 드렸더니 품값으로 무 가지고 되겠냐며 좋아하시네요.
집에 와서 무청을 달아 놓고(시래기 엄청 좋아하니까)
무 몇 개는 썰어서 소쿠리에 말리고 있고,
물김치 담아 놓고,
깎두기 담아 놓고,
그래도 남았습니다.
고등어 찜하는데 무를 큼직하게 넣었더니 참 맛이 달더군요.
가을이 깊어갑니다.
시댁이나 친정이나 편찮으신 아버님들 걱정에
하늘이 눈 시리게 파랗고, 은행잎이 노랗게 떨어져도
마음 끝까지 가을을 안지 못합니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있습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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