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로 (白 露)
김 정 희
순남네 들어보소. 어제 땡빛 마빡 까지게 내려 쬐던 한 낮에 우리 서방 고추밭에 갔다가 밭둑에 돌아서서 한 줄기 시원하게 깔기고 있었는데, 순남네 지나다가 하따, 고 고추 실하기도 허이, 해땀써? 우리 서방 그 소리에 싸던 오줌 끊고는 그 질로 소태 만났어야. 우째, 물어 낼겨, 말겨? 남의 밭 고추가 실하든, 못쓰든, 상관 말아 야. 뭐땀시 고이 지나다 남 서방 오줌 줄기 끊어? 한번만 더 남 고추 갖고 지랄 하문 주둥이 콱! 재봉틀로 박아 불 겨.
이 놈 저 놈 다 후려도 내 서방은 못 내 준다고,
공연한 소리에 애통터진 과부 순남네.
고추밭 둑에 앉아 울고 있을 때,
보름 지난 짝 궁둥이 달이 떠올라
눈물 콧물 짓무른 순남네 넓적한 얼굴을 비추면,
하따, 참말로 달도 밝다.
십년 전에 죽은 내 서방만치 훤하니 퍽도 생겨부럿다.
막걸리 시중들던 짜부러진 양재기를 주전자 뚜껑과 챙! 마주치며 오지랖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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