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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서 (處 暑)

by 키미~ 2009. 8. 24.

 

 

처서 (處 暑)


                              김 정희


앉지도 못해,

서지도 못해,

엉덩이 뒤로 빼고, 허리를 뒤틀며

한 나절 고추밭에서

땀으로 목욕하는

아낙 좀 보소.


고추 한 개에 여름 한 토막.

여름 토막 한 개에 햇빛 한 자락.

한 자락 한 자락 고추에 물들이다

아낙 등에 잠시 쉬는 고추잠자리.


뽕나무 그늘에서

요거, 붉었다, 조거, 붉었다

귓구멍을 후비던 시어머니가

아비 점심 차린다고 집으로 가고,

홀로 남은 아낙이 밭둑에 털썩 앉아

달고 매운 붉은 고추 한 입 베어 물 적에,


고추 밭 가득 쏟아진 매운 여름을 보소.

그 토막 난 매운 여름 꼬닥꼬닥 말리는

푸른 바람에 발 담근 가을을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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