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보라색 조동이 앙다문 채 기다리는
음력 칠월 장마 시작된 촌 집 마당.
비는 실로폰처럼
스레트 지붕 위로
통!
통!
통!
떨어져
음표 한 개에 꽃잎 하나씩
벌어지는 나팔소리 우렁찹니다.
중 복
염천 밭을 갈던 태양이
삼태기로 뭉게구름 여기저기 발겨 놓은 채,
물 한 동이 확 쏟으면,
느티나무 그늘 밑에 낮잠 자던 홀아비 동춘이
후드득 소리에 벌떡 일어나
한걸음에 냅다 달려 홑이불 걷어 낸다.
개장사 한차례 휭 돌고 간 뒤,
강아지 복길이 자는 척하고
흑염소 수풀 속에 몸을 숨기는
개울 물 펄펄 끓어
바람 켜켜히 쪄 내는 날.
동네 한 복판 조용히 서 있다가
입추 위해 슬그머니 더위 꼬리 잘라주는
삼형제 중 기중 점잖은
말복의 작은 형
중복.
원주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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