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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나팔꽃

by 키미~ 2009. 8. 9.

 

 

나팔꽃



보라색 조동이 앙다문 채 기다리는

음력 칠월 장마 시작된 촌 집 마당.

비는 실로폰처럼

스레트 지붕 위로

통!

통!

통!

떨어져

음표 한 개에 꽃잎 하나씩

벌어지는 나팔소리 우렁찹니다.




 

중 복



염천 밭을 갈던 태양이

삼태기로 뭉게구름 여기저기 발겨 놓은 채,

물 한 동이 확 쏟으면,

느티나무 그늘 밑에 낮잠 자던 홀아비 동춘이

후드득 소리에 벌떡 일어나

한걸음에 냅다 달려 홑이불 걷어 낸다.


개장사 한차례 휭 돌고 간 뒤,

강아지 복길이 자는 척하고

흑염소 수풀 속에 몸을 숨기는

개울 물 펄펄 끓어

바람 켜켜히 쪄 내는 날.


동네 한 복판 조용히 서 있다가

입추 위해 슬그머니 더위 꼬리 잘라주는

삼형제 중 기중 점잖은

말복의 작은 형

중복.

 

 

 

원주문협회원

kkamhee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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