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다섯 시
김 정희
할머니 허리 숙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오후 다섯 시.
하루 품 팔아 연명한다고 서럽게 생각 마시게. 내일 천 평 밭에 일 있다고 벌써 파발 받았다네. 아들 며느리 다 있어도 밥 한 끼 겨우 얻어먹는 윗동네 윤 씨랑은 애초에 틀린다오. 한 달에 벌이가 웬만한 사람보다는 날게야. 세상이 하 빨라, 남의 밭 내 밭 모두 검정 비닐 깔고, 잡초는 제초제로, 모내기는 기계로, 일거리는 줄었다만. 한 때 젊어 모심기 대회 일등도 했던 터. 손에 모 서넛 딱 움켜쥐고 논 진흙 도톰하게 콱 박는 게 쉬운 일 아녀. 거머리 다리에 엉겨 붙어 피라도 빨라치면. 진흙 쓱쓱 닦아내고 엄지 검지 조준하여 둑으로 던지면 지글거리는 햇빛아래 흔적도 없으니, 벌건 얼굴 삼베수건으로 대충 닦고, 막걸리 한 잔 마실 때, 바람 거 참 누구네 것인지 시원도 하이.
꼬부랑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다섯 시,
해는 서산에서 마지막으로 버팅기고
버티는 해 구름 꽁무니에 묶어주며
농수로 서늘한 물에 호미 씻는 시간.
다섯 시,
그 뒤로 숨어서 가만히 지켜보는
서투른 여섯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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