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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언제든.

by 키미~ 2009. 6. 3.

누구든, 언제든.

 

 

                                      김 정희



귀와 눈을 가린 채,

먼 길을 돌아 온 나그네 아직도 그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 집에 사는 이 누구던가?

내 어릴 적 오줌 싸고 키 덮어 쓴 채 소금 얻으러 갔을 때,

엉덩짝 때리며 한 줌 소금 주던 그 어르신 아니던가?

지금, 그 어른 어린애가 되어 기저귀 차고 뒷방에 갇혀 있다.

과거도 잊은 채, 현재도 잊은 채, 벽만 바라보고 누워 있다.

누구라서 감히 죽지 못해 산다고 말 하실 건가

내 목숨 꺼질 날 내 알지 못함이라,

그 날이 오기 전에 미리 알려줄 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그 날 알지 못하기에 피눈물 쏟으면서도 살아 뚫린 입에 밥 두어 숟가락 집어넣고 있다.

나는 안다.

살아 온 날들이 그리 휘황찬란하지 않아도 나를 비난할 이 몇 있음을,

하지만, 그 비난 받고 슬퍼하지 않으리,

뒤 돌아선 나의 등짝에 꽂히는 서슬 퍼런 그 칼날들이

무디어진 나의 심장을 뚫지 못함이야.

나의 심장은 닳고 닳아져 오직 죽음만이 쪼갤 수 있음이야.

그래도, 오늘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빌고 빌어 가진 나의 삶이여.

다른 이의 남은 생을 내 것으로 가진 죄스런 삶이여.

먼 길을 힘들게 돌아 온 나그네 손잡고

한 걸음 떼어 다가 선 하늘 문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느니

사람이게 하소서.

사람 앞에 안타까운 사람이게 하소서.

 

 

많은 일들이 있었던 5월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을 젊은 시절엔 구차스러운 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보니

다시 담지 못하는 수많은 말들이 후회되어 입을 떼어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신중해지기를,

조금만 더 배려하기를.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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