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봄 비

by 키미~ 2009. 4. 22.

 

 

 

봄 비


                                   김 정희

 

 



어두운 하늘이 마당에 내릴 때,

마당 한 구석 꽃밭에 마른 바람 한 번 휭 불면,

목 내밀다가 움츠리고, 철없는 꽃잎 피었다가 얼어붙어 가만히 있기도 하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꽃밭엔 꽃이 아직 없고,

손바닥보다 더 작은 마음은 심을 밭이 아직 없고,

꽃이 없는 꽃밭, 밭 없는 마음.

나무도 끝자락 겨우 연한 녹색일 때,

마른 흙에 발 씻으며 꽃밭에 씨 뿌리면,

낡은 트럭 위에 야윈 나무들 가득 싣고,

침 튀기며 깡마른 사내가 목련 묘목을 팔 때,

저 세상 꽃밭에 마음 먼저 가 있는 머리 하얀 할머니는

목련보다 영산홍 고운 색에 홀려,

영산홍 진한 분홍 보며

선술집 색시 발그스레한 볼따구 생각에 홀로 얼굴 붉히는

담배 한 개비 귀에 꽂은 아저씨.

그 뒤로,

가만히 기다리는 봄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빛 이불  (0) 2009.04.29
할머니의 이불  (0) 2009.04.24
검은 들판  (0) 2009.04.16
오후 세 시  (0) 2009.04.07
오늘은 장날  (0) 2009.04.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