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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들판

by 키미~ 2009. 4. 16.

 

 

 

 

 

검은 들판



                                  김 정희


 


검은 뱀들이 들판에 모여 산다.

들판에서 동면해도 그들은 얼어 죽지 않는다.


검은 뱀들의 뱃속엔 흙이 몸을 웅크린 채,

하얗게 야윈 얼굴로

가끔 운다.

흙은 햇빛이 무슨 빛깔인지를 잊어버리고,

그저 오래 전 눈부심을 기억할 뿐이다.


봄이 오면

들판은 새로운 검은 뱀들로 가득하고,

버려진 뱀들은 거대한 검은 산을 이룬다.

찢어진 뱀의 껍질은 하늘로 날아올라

검은 들판에

검은 비가 내린다.


이제,

뱀이 없으면 흙은 살 수가 없다.

 

 

들에 비닐멀칭을 하지 않으면 작물을 심을 수 없다네요.

그래서 봄이 되어도 이젠 냉이나 민들레가 없습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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