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김 정희
엄마는 매일 이불을 빤다.
할머니가 그려 놓은 지도를 지우신다.
오늘은 미국에 다녀오셨네.
엄마 웃으면서 이불 털어 너신다.
매일 빨아도 얼룩덜룩한 할머니 이불,
엄마도 늙으면 지도를 그리실까
나도 매일 엄마 이불을 빨아야 하나?
엄마가 그려 놓은 세계 지도를 보면서
웃으면서
나도 엄마 이불을 빨 수 있을까?
장대를 돋우시며
해바라기보다 더 환하게 웃으시는 우리 엄마.
봉숭아 꽃물 한 번 들이려다
손이 먼저 늙은
우리 엄마.
나는 다 보았다.
하늘 쳐다보며 뒤돌아서 눈물 닦던
엄마,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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