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들판
김 정희
검은 뱀들이 들판에 모여 산다.
들판에서 동면해도 그들은 얼어 죽지 않는다.
검은 뱀들의 뱃속엔 흙이 몸을 웅크린 채,
하얗게 야윈 얼굴로
가끔 운다.
흙은 햇빛이 무슨 빛깔인지를 잊어버리고,
그저 오래 전 눈부심을 기억할 뿐이다.
봄이 오면
들판은 새로운 검은 뱀들로 가득하고,
버려진 뱀들은 거대한 검은 산을 이룬다.
찢어진 뱀의 껍질은 하늘로 날아올라
검은 들판에
검은 비가 내린다.
이제,
뱀이 없으면 흙은 살 수가 없다.
들에 비닐멀칭을 하지 않으면 작물을 심을 수 없다네요.
그래서 봄이 되어도 이젠 냉이나 민들레가 없습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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