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김 정희
어두운 하늘이 마당에 내릴 때,
마당 한 구석 꽃밭에 마른 바람 한 번 휭 불면,
목 내밀다가 움츠리고, 철없는 꽃잎 피었다가 얼어붙어 가만히 있기도 하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꽃밭엔 꽃이 아직 없고,
손바닥보다 더 작은 마음은 심을 밭이 아직 없고,
꽃이 없는 꽃밭, 밭 없는 마음.
나무도 끝자락 겨우 연한 녹색일 때,
마른 흙에 발 씻으며 꽃밭에 씨 뿌리면,
낡은 트럭 위에 야윈 나무들 가득 싣고,
침 튀기며 깡마른 사내가 목련 묘목을 팔 때,
저 세상 꽃밭에 마음 먼저 가 있는 머리 하얀 할머니는
목련보다 영산홍 고운 색에 홀려,
영산홍 진한 분홍 보며
선술집 색시 발그스레한 볼따구 생각에 홀로 얼굴 붉히는
담배 한 개비 귀에 꽂은 아저씨.
그 뒤로,
가만히 기다리는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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