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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 2009. 11. 29.

 


                         

                            김 정 희



새벽 빈들에 서서.

십일월의 하늘 한 복판 독을 품고 기다리는 전갈을 본다.

큰 곰도, 작은 곰도, 여왕인 카시오페아도 저만치 물러서서

금빛 화살을 가진 사나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십이월의 말을 타고 은하수에서 달려오고 있지만,

그가 타고 있는 말의 갈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갈이 촉수를 번쩍이며 별을 한 개씩 먹어 치우고,

여왕이 북두칠성에 숨어 태양의 나라로 도망 칠 때,

하늘 한켠에 얼어붙은 곰 형제가 여왕을 향해 속삭인다.

도망치지 마, 그저 불꽃 화살을 가진 그 사나이를 기다려.

빛나는 화살로 그가 전갈을 물리칠 때, 너는 다시 너의 별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여왕이 멈칫 하는 순간 전갈이 그녀의 등을 찌르고,

깜깜한 하늘을 가로지르며 그녀가 떨어진다.

그녀의 왕관이 자작나무 위에 걸리고, 그녀의 눈물이 나뭇가지에 떨어져,

자작자작 자작거리며 우는 그 나무는 밤에도 빛나는 몸을 갖게 되었다.


여왕이 사라진 십일월의 새벽, 별을 찾는 나의 귓가에 곰들이 속삭인다.

그녀가 그리워도 하늘을 보지 마.

전갈의 독침이 너를 찌르면 너에게 남은 시간, 너에게 남은 고요,

너에게 남은 십일월을 빼앗기고 말거야,

그리고 한 해를 타협할 너의 십이월도 가져갈 거야.

화살을 가진 사나이가 너의 머리 위에 나타날 때까지,

그가 시위를 힘차게 당기며 황금빛 화살로 전갈을 물리칠 때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너의 별을 그리워하지 마.


자작나무 우는 새벽,

나는 그가 흘리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전갈이 삼킨 빈 하늘 밑에서 잃어버린 나의 여왕을 찾는다.

황금화살을 가진 사수가 은하수에서 말을 달려 빈 하늘을 여왕의 눈물로 채울 때까지

온전한 십이월을 지닌 나의 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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