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당 쓸기
김정희
매일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가는 그 남자
낙엽 쓰는 나를 보며 인사 하나 휙 던진다.
인사는 머루넝쿨에 걸렸다가 이파리와 함께
툭!
낡은 마당에 떨어진다.
이파리만 썩는 게 아니요, 말도 썩는다.
감추어진 그늘 뒤로 이야기, 이야기, 또 이야기
개울물 흘러가는 길가에 멈칫 서서
그렇게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탱탱한 그 세월 돌리기엔 너무 늦은
자전거 발통 힘차게 굴러가고 종아리 힘줄 옷을 뚫겠네.
주고받은 말은 싸리비 끝에서 빤히 나를 쳐다보고
말 보따리보다 작은 삼태기는 낙엽으로 꽉 차는데
신 새벽 가을 쓸기는 이로서 끝이다.
날아가는 남자 조이는 옷 힐금대며
뱉은 말에 넘어질라 조심이나 하시오.
구시렁대며 쓸어내는 서리도 참하게 내린
시월 열아흐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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