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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

by 키미~ 2010. 11. 18.

겨울, 초입


          

                                   김 정 희




겨울 햇살이 비치는 아스팔트위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할아버지 지나가신다. 할아버지는 눈을 씰룩거리며 짖어대는 개들을 본다. 개들은 악을 쓰며 짖다가 주인이 보나 안보나 짖다가, 지들끼리 똥꼬 냄새를 맡다가 또 짖는다. 개들의 소리는 하늘로 날아가 바람개비를 간질인다. 버려진 선풍기 날개로 만든 바람개비는 빨강, 노랑, 파랑색으로 휭휭 돌아간다. 노랑이 웃고, 파랑이 웃고, 빨강은 너무 웃어 검은 아스팔트위로 확 흩어진다. 빨강 조끼를 입고 불조심 깃발을 든 아저씨는 빨강 아스팔트위에서 잠시 멈추어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노랑 햇살 꼼짝 마!

파랑 하늘 차렷!

아차, 빨강 바람이 뒤에 숨어있었어.

낙엽을 들추어보면 켜켜이 바람조각들이 웃고 있고 바람개비는 돌고, 하늘이 돌고, 겨울이 저만치에서 온다. 뱅글뱅글 뛰어온다. 뱅글뱅글뱅글뱅글뱅그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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